2012/03/17 23:34

계란말이의 추억 식탐의 자취


아마도 대부분 그렇겠지만, 넉넉하지 못했던 어린날에 엄마가 해주시던 반찬 중에 최고는 누가 뭐래도 계란말이였습니다. 도시락에 계란 후라이 하나 올라간 걸 아침에 보면 점심시간 이전 네 시간 수업이 즐거웠던 때였으니까요. 그래서 계란말이는 한 달에 한 번도 보기 힘들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엄마는 파를 조금씩 넣어서 계란 말이를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파 말고는 어지간해서는 계란말이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입이 짧은 편이어서, 파나 고추 마늘 같은 걸 싫어했습니다. 파김치는 물론이고 풋고추도 입에 대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계란말이는 먹고 싶고, 거기 섞인 파는 먹기 싫었지요. 열 세살까지 제 인생 최고의 딜레마였습니다. 그래도 잘 먹다가 언젠가부터 파가 정말 많이 섞이더라구요. 그때부턴 파맛이 계란맛보다 강할 정도라 파를 떼어내고 먹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러다 등짝 깨나 벌개졌을 것같지만, 기억을 잘 더듬어보면 별로 혼나진 않았던 듯합니다. 파가 건강에 좋아, 먹어야지라고 조근조근 얘기만 하셨을 뿐입니다. 다른 걸 편식하면 잔소리가 심하셨는데, 유독 그때만큼은. 집이 시골이었고, 파는 지천에 널려있었지만 계란은 돈 없이는 구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한창 어머니가 힘드셨을 때같습니다. 여러 모로 말이지요.

이젠 그때의 어머니보다 더 나이를 먹었고, 계란 한 판을 사다가 열다섯 개쯤 한꺼번에 깨넣고 세 줄이고 네 줄이고 두텁게 계란말이를 해서 그 자리에서 다 먹어치울 수 있습니다. 파같은 건 넣기 싫으면 흔적도 없는 채로, 참치나 치즈 따위를 넣고 실컷 기름지고 고소하게 해먹기도 했습니다. 청양고추를 다져넣고 매콤하게도 먹어보고.

그래도 파를 듬뿍 썰어넣은 계란말이가 제일 맛있습니다. 너무 많이 넣어서 파가 덜 익은 채로 계란 맛보다 더 강하게 나는 그런 계란말이를 우물우물 하다 보면, 엄마가 생각나고 어린날이 떠오릅니다. 엄마. 나 계란말이.

덧글

  • 소갈비맛나 2012/03/18 06:50 # 답글

    음식과 사람 이야기가 함께 하니 좋네. 근데 너도 가리는 게 있었군.
  • 작고슬픈나무 2012/03/19 01:31 #

    가리는 거 무지 많지만 지면이 좁아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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