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22 01:18

영감을 주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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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모를 꽃을 꺾어 내 품안에 안겨주고

서툰 설렘하나 그 웃음 하나 남겨준 사람

뜨겁게 날 안아주고 참 가벼이 떠난 그대

멀리 날아가는 저 새들처럼 쉬이 갔더라

그 마음결을 휘휘돌아 세월은 흐르더라

한낮 깨어날 꿈이리라 잠시 쉬어갈 마음이라

꽃이 피고 지는 계절을 닮아 변한 사랑아

그대 가시리 가시리잇고 나를 바리고 가시리잇고

걸음걸음 내 맘을 밟고 이렇게 가시리
슬픈 님의 노래

 

 

 

서러운 나의 맘이 찬란히 슬프더라

한낮 깨어날 꿈이리라 잠시 쉬어갈 마음이라

꽃이 피고 지는 계절을 닮아 변한 사랑아

그대 가시리 가시리 가시리잇고 나를 바리고 가시리잇고

걸음걸음 내 맘을 밟고 이렇게 가시리

 

 

 

기억이란 또 무엇이며 남겨진 추억이 무엇이랴

나를 위한 엘레지.

사랑 애통한 노래여라 눈물 가득한 비극이라

멀리 날아가는 저 새를 닮아 떠난 사랑아

그대 가시리 가시리 가시리잇고 나를 바리고 가시리잇고

걸음걸음 내 맘을 밟고 영원히 가시리

슬픈 님의 노래

  


  - 음원 사이트에 올라온 가사에 임의로 세 군데를 손질했습니다. 원곡의 가사와 다를 수 있습니다.

  - 간만에, 뭔가를 쓰고 싶은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노래입니다. 그래서, 조금 썼습니다. 더 쓰겠습니다.


자줏빛 바위 가에

잡고 가는 암소를 놓게 하시고

나를 부끄러워 하지 않으신다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 헌화가, 무명 노인 <신라>

 

 

 

 

 

가시리 가시리잇고

버리고 가시리잇고

 

날더러 어찌 살라하고

버리고 가시리잇고

 

붙잡아 둘 일이지만

서운하면 안 올까봐 두려워

 

서러운 님 보내드리니

가시자마자 다시 오소서

 

  - 가시리. 무명.<고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産)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이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 진달래꽃. 김소월. <현대>




 

노인의 손 끝에 비짓 핏방울이 맺혔다. 장맛비가 안뜰에 낸 물길같이 땀방울이 흘러 눈가의 깊은 주름으로 새어든 것이 한 식경 전이니 이미 기력은 남았을 리 없을 터. 헌데도 노인은 한사코 손을 뻗었다. 바람이 불었다.

 

“이제 세 길만 더 올라가면 되겠는데요, 나리.”

“방정맞은 입이로다. 내게도 눈이 있느니.”

“애초에 열 길이 넘겠다 싶었는데 이제 보니 열다섯 길은 족히 되겠습니다요. 노인네가 뭘 먹고 저리 기운을 쓰는지...”

“쯧!”

 

끝내 핀잔을 먹고야 입을 다문 집사의 뒤에 선 그의 아내의 눈은 그 노인보다 아직도 한참 위에 핀 꽃덤불 한 채에 머문 채 움직이지 않았다. 주인을 아랑곳하지 않는 늙고 순한 소의 고삐는 아까부터 그녀의 손에 쥐어진 채. 애초에 미친 노인네였다.

 

“쯧!”

 

아내의 미모에 혹해 덤비는 수컷들의 도전을 모두 받아주며 살아온 세월이 이미 열 세 번의 봄과 가을이었다. 그의 아내가 아직 아무의 아내도 아니었을 때부터 시작된 도전과 응전을 합치면 두 번의 여름과 겨울을 더해야 할 테고. 서라벌에서 성인 언저리에 걸치기만 한 사내놈이라면 모두가 아내의 이름을 알았다. 먼 곳에서 찾아와 얼굴 한 번이라도 보겠다고 그녀의 집 근처에 숙소를 정한 지방유지의 자제분들 덕분에 저자거리 여관이며 술집들은 벌이가 쏠쏠했고, 그 매상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그들이 모를 리 없었다. 소문이 기대를 불렀고 열망이 광증으로 불어닥쳤다.

그는 그 모든 수컷들에게 도전했다. 권력이 필요할 때는 권력으로. 그의 아비는 대아찬이었다. 이벌찬을 지냈던 조부의 힘까지 합해, 진골의 상징 자색(紫色) 옷자락을 막아서는 수컷은 없었다. 힘으로 덤비는 천둥벌거숭이놈들에게는 힘으로 맞서 반드시 다리뼈나 어깨뼈 하나쯤은 바숴주었다. 먹물 깨나 들어뵈는 얼굴 허연 허깨비들은 돈과 음모로 뒷다리를 걸었다. 지난한 싸움이었지만 그는 지치지 않았다. 그가 차지할 상품은 점점 더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었으니까.

조용해진 저잣거리에 쓸쓸한 바람이 불 즈음, 그만큼 쓸쓸한 표정으로 들어앉은 술집 주인들을 뒤로 하고 마침내 그는 그녀의 집 문 앞에 섰다. 5두품으로 대사 벼슬을 살던 그녀의 부모와는 이미 모든 얘기가 끝나있는 터. 연방 굽혀대는 허리와는 달리 눈매 한 끝에 매달려있는 장인의 두려움도 그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마침내 그녀가 조용히 나타났다. 긴 도전의 끝에, 이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전리품이 그에게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소녀를 용서하소서.”

“용...서?”

“청혼을 거두어 주소서.”

 

그보다 어깨 하나가 더 높은 수컷의 앞에서도 강대하게 버텼던 그의 무릎이 꺾였다. 이를 물었다.

 

“이유를 말하라.”

“...”

“정인(情人)이 있는가.”

“아닙니다.”

“허면?”

“...”

“간단하군. 내가 싫은 이유를 말하라. 고치리.”

“...”

“들어서 알겠지만, 참을성이 많지 않다.”

“외람되오나 한 가지 답을 구해도 되겠나이까?”

“물으라.”

“어찌하여 소녀를 얻으려 하시나이까.”

“아름답기 때문이다.”

“꽃도 아름답습니다. 소녀는 꽃이 아니옵니다. 여름 한낮의 긴 소 울음소리도 아름답습니다. 가을 아침볕에 채 마르지 않은 이슬도 아름답습니다. 겨울눈 아래 시들지 않는 댓닢도 아름답습니다. 허나 소녀는 울음소리도, 이슬도, 댓닢도 아니옵니다.”

“너를 얻고 싶은 나의 마음을 굳이 설명해야 하느냐.”

“소녀를 연모(戀慕)하는 이와 혼인을 원합니다.”

“연모한다.”

 

늦가을 우물 밑에 가라앉은 물처럼 말을 이어가던 그녀의 입이 닫혔다. 숙였던 고개가 그녀 자신도 모르게 들려 그의 눈과 처음 마주했다. 그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옅은 한숨

 

“소녀의 무엇을 연모하시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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