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9월 09일
다시 본 다크나이트, 그리고 용산 아이맥스.
영화 두 번 보는 일은 거의 없는 편이지만, 다크나이트가 DVD로 나오길 언제 기다리나 싶어서 용산 CGV에 갔다.
어디선가 아이맥스판에는 약간 다른 부분이 있다더란 말을 읽은 듯도 해서 더 기대하고 갔다.
오늘따라 다시 여름이 오기라도 한 건 지 땡볕이 내리쬐는 바람에 차를 몰고 출발한 것부터가 실수.
집에서 용산 CGV 주차장까지 한 시간 사십 분이 걸렸다. 짧은 영화 한 편 볼 시간을 차 안에서 휘발유 게이지 내려가는 거에 짜증만 잔뜩 내며 서울 시내 한복판을 달린 셈. 가는 내내 '이게 뭐 하는 짓이냐..'만 되뇌임.
더 길게 쓰자면 끝도 없지만 적어봤자 짜증만 나니 넘어가고.
예매도 안 한 것 치고는 좋은 자리로 표를 사서 입장.
4시 20분 시작인데 15분쯤에 생수 하나 들고 앉았다. 오, 확실히 크긴 크구나.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지만, 노원 롯데 시네마 작은 관에 비한다면 1/3 정도는 더 있는 듯 한데. 아니 두 배 정도 되나?
광고가 좀 많네. 시작하겠지 뭐. 아직도 광고네. 이거 끝나면 불 꺼지겠지. 음? 또?
정확히 4시 32분이 되어서야 워너브라더스의 울렁이는 오프닝 화면을 볼 수 있었다. 이건 좀 심하지 않나.
아이맥스관이니 일반 관보다 더 비싼 만 원을 주고 입장한 나는 광고를 보려고 돈을 낸 게 아닌데.
참자, 참아. 즐기려고 온 거니.
역시 다크나이트의 도입부는 낯설어. 배트맨 영화의 도입부가 벌건 대낮 도심의 마천루를 훑는 카메라라니.
대뜸 첫머리부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관객을 한 대 툭 치며 시작하는 셈이다.
"만화 보러 온 거야? 그럼 뭔가 잘못 생각한 거야, 자네"
이어지는 조커의 화려한 꿈과 배트맨의 처절한 미로 찾기. 그리고 하비 덴트.
저번에 하비 덴트에게 받은 인상이 커서, 이번엔 조커에 좀 더 집중해 볼까 싶었는데,
어느새 영화에 빠져들어서 정신 차리고 보니 조커가 발목이 묶인 채 건물 외벽에 대롱대롱.
이틀 전 집에서 수퍼맨 리턴즈를 보면서도 생각한 거지만, 결국 수퍼맨이든 배트맨이든 모든 수퍼 히어로는 일상성의 파괴 위에 군림한다.
반면에 렉스 루터나 하비 덴트는 일상과 합리의 원칙 위에 서있다. 이 사회는 기본적으로 그들과 같은 사고방식으로 흘러가고 있다.
조커는 제외한다. 토미 리 존스건 히스 레저건 그들의 조커는 또 다른 일상성의 파괴일 뿐이니.
평범한 일상인인 내가 응원해야 할 대상은 오히려 루터 박사라든가 덴트일 테고, 인정하긴 싫지만 나이란 걸 먹다 보니 정말로 루터 박사나 덴트가 이해되고 있다.
이렇게까지 하는데 왜 저 놈은 쓰러지지 않는가, 왜 저 놈은 우리 위에 군림하는가.
합리나 상식이 통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공포에 빠진다. 조커의 말을 빌리자면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이른바 패닉에 빠지게 된다.
그러면 왜 상식적으로 살아가는 소시민들은 그들의 상식을 여지없이 뭉개버리는 수퍼 히어로에 열광하는가? 눈 앞에서 총알을 쏘아도 각막에 맞고 튕겨져나오는 무적의 외계인에게, 빌딩 옥상에서 여자를 안고 떨어져내려도 죽기는 커녕 멀쩡히 살아 달려나가는 몬스터나 다를 바 없는 인간을 왜 부러워하는가?
답은 너무 뻔하다. 식상해서 지겨울 정도다.
상식이 통하고 합리가 통해야 할 사회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식에 맞춰 살아가는 일반인들을 비웃는 범죄인들과, 그 일반인들을 지켜줘야 할 공권력이 한통속인 사회를 살아가는 당신과 나.
더 길게 나열할 것도 없다. 피곤하다.
수퍼 히어로에 열광하지 않는 사회가 어서 되기를.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Why the world doesn't need Superman, Batman... and more.
# by | 2008/09/09 06:13 | 하루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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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오는 수퍼히어로 물들은, 단순한 액션을 벗어나 현실의 알레고리가 되려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