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6월 16일
한참 늦은 6월 10일의 후기
일이 끝나고 출발한 시간이 6월 11일 새벽 1시 30분이 가까워지는 때이니, 6월 11일의 후기라고 해야 하겠지만
이 직업의 세계에 들어오면, 자고 일어나기 전까지는 그 날이 계속되는 겁니다.
아무튼 짝지와 함께 차를 몰고 무작정 시청 앞으로 향했습니다. 차를 시청 가까이에 세워두고 광장으로 갔습니다.
많은 분들이 남아있었지만, 분위기로 보아서는 정리되는 상태인 듯 해서 거리로 나가보았습니다. 
저 멀리 '명박성'이 보입니다. 거리를 온통 채운 민주 시민들.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얘기에 푹 빠져있습니다. 음식을 파는 노점 분들도 거리 양 쪽으로 띄엄띄엄 많이 계시더군요. 


뭘 이렇게 보고 계시나 했더니, 두 명의 노래 부르는 분들이 공연중이시더군요.
즉석에서 신청곡을 받아서 부르시고 또 관객들과 함께 부르고 있습니다.
사진기술이 영 허접해서 광량 차가 큽니다. 쩝.
명박성 쪽으로 계속 접근 접근.


앞으로 갈수록 빼곡히 들어찬 시민분들. 점점 접근이 힘들어집니다.
일단 먼저 와있던 인문대 사람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이런 것도 만들어 왔더군요. 오늘 내내 인기 많았다고 자랑들입니다.
이런 저런 얘기로 회포를 풀다가, 다시 명박성 쪽으로 접근 접근.
가운데쯤 자유발언을 하고 계시고, 그 왼쪽으로 길게 길게 늘어선 줄은 모두 자유발언을 하겠다고 나서신 분들.
짝지의 직장 동료는
"거기 가는 사람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가는 거야? 남들 가니까 우~하고 따라나선 거지 뭐." 라고 하신다던데,
여기 나오셔서 30분만이라도 이 발언을 듣고 그런 얘길 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의 완벽한 조연인 명박성 앞에 도착했습니다. 스티로폼으로 연단이 마련되고 역시 자유발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십만 시민의 함성 앞에 내놓은 것이 사과도 아니고, 대책도 아니고, 무슨 얘긴지 들어나보겠다는 자세도 아니고,
그저 이 컨테이너 쇳덩어리 뿐이라니.
그 자체가 '닥쳐라 이 멍청한 국민들아'라고 째려보는 듯한 명박성. 

명박성으로 채 막지 못한 인도 쪽을 막아서고 있는 전경버스입니다. 

이것이 이번 촛불 문화제를 기존의 시위와 다르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들입니다.
인터넷으로 시작된 소통과 저항. 그 특성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선전문구, 선전피켓' 들입니다.
10년 전이 살짝 떠오릅니다만 조금 더 명박성에 접근 접근. 

온통 시민의 의견으로 가득한 명박성. 명박이 얼굴에 덕지덕지 붙여주고픈 마음이 굴뚝같네요. 
'요즘 쥐는 집도 크군'
마침 진중권 교수님이 시민들을 인터뷰하고 있습니다. 칼라TV 문구를 달고 계시네요. 
그 주위로 몰려들어 귀를 기울이는 시민들. 
여전히 거리는 시민들로 가득합니다.
거리 한 켠에 둥그렇게 시민들이 가득한 곳이 있어 무슨 일인가 다가가보았습니다.
북 소리가 가득히 고막을 때립니다.
가슴을 울리는 북소리입니다. 
두 겹, 혹은 세 겹으로 북을 가지고 빙 둘러앉아서 가운데 서신 분의 지도에 맞춰 구호를 연창하고 있습니다.
구호는 저 분이 만드는 게 아닙니다.
누구든지, 북을 가진 분이나 그 뒤에 서 있는 분이나 누구든지 하고픈 말을 몇 글자로 정리만 하면
그것이 모두의 입에서 두두둥둥 북소리와 함께 울려퍼집니다.
멋있습니다.
아무도 지시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이번 촛불시위의 힘입니다. 
그 가운데 앉아계셔서 누구보다 열심이신 연세 지긋하신 아저씨.
4시가 되어가고, 이제 슬슬 돌아가야 되나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앞에서 함성이 커집니다.
스티로폼이 더 날라져오고 명박성을 넘어가려는 시도가 있나 봅니다. 

드디어 한 분이 명박성 위에 손을 짚었습니다.
밑에선 '올라가'와 '내려와'가 계속해서 어지럽습니다.
스티로폼 주위에서도 실랑이가 있습니다.
다음 날 기사들을 읽어보니, 세 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넘어가지 않기로 결론이 나고 깃발만 올려서 꽂아두었다고 합니다.
다들 넘어가야 된다, 그러면 안 된다고 여기저기 열띤 토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던 끝에
마침내 한 분이 올라가셨습니다.
넘어가진 않고 그 위에서 깃발만 흔드시다가 태극기를 꽂고 내려오셨습니다. 
제 생각에는, 넘어가지 않는 게 더 현명했다고 생각됩니다.
국민과의 소통을 전면 거부한 명박성의 존재만으로도 명박이 얼마나 독선적이고 독재에 가까운지 충분히 알 수가 있습니다.
더, 더 많은 토론거리를 가지고 우리는 소통해야 합니다.
공기업 민영화, 의료보험 민영화, 성적 지상주의 입시정책, 영어 몰입 교육, 우열반 정책, 대운하...
셀 수 없이 많은 얘기들을 가지고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독재의 벽을 넘어야 합니다.
그래야지만 명박은 막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넘어간다면, 시민들 사이에 분열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명박은 지금... 
이 꼴입니다. 이게 명박의 오늘입니다.
골목골목 샛길마다 시민들을 막아서는 전경버스들이 저렇게 주차되어 있습니다.
이거야 원.
머리만 틀어박고 다 숨은 줄 아는 한갓 미물과 다를 바가 뭐 있나요?
꽁꽁 틀어박혀 숨어있는 꼴이라니. 추합니다. 추악합니다.
# by | 2008/06/16 14:50 | 하루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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