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평양냉면 한 그릇! 봉피양.





한겨레 신문의 추천 으로 봉피양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2주 전에도 갔었는데, 10시 반까지 한다는 말을 듣고 출발해서 10시 약간 넘어 도착했더니 냉면은 9시 반이면 끝이라더군요.

노원구에서 무려 둔촌까지 찾아갔는데 말이죠. 더구나 그 날은 짝지의 생일이었는데요.

매우 불쾌했습니다만, 가볍게 푸념 한 마디 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냉면을 좋아하는 짝지를 위해 이번 일요일 또 시도했습니다. 여유 있게 시간을 잡아서 9시 전에 도착.

바로 옆에 벽제갈비가 있습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형제 가게'더군요. 들어가보니 아예 가게가 이어져 있을 정도.

저녁이 많이 지난 시간인데, 두 가게가 같이 쓰는 주차장이 꽤 널직한데도 차가 가득해서 가게 벽쪽에 간신히 주차하고 들어갔습니다.







일단 차림판입니다. 역시 가격이 조금 무섭습니다.

냉면 한 그릇에 만원이면 결코 싼 가격은 아니죠?

한겨레 신문 기사에서도 '맛도 최고급이지만 가격도 최고급'이라고 하더군요.

뭐, 최고의 맛이라면 한 번쯤은 무리할 만도 하지요. 만원 가지고 무리니 어쩌니 하느냐라고 노려보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순면은 냉면 위에 새싹들을 얹은 거로 벽에 사진이 보이길래, 일단 평양냉면 두 그릇 주문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비빔냉면을 좋아합니다만, 평양냉면의 참맛은 어떤가 궁금해서요.

메밀전도 주문했는데 재료가 떨어져서 안 된다네요.




기다리며 가게 전경을 살짝 담았습니다. 벽에 빼곡한 유명인의 사인들.

뭐, 이름 난 가게에 가면 늘 보는 거니 그닥 놀랍지는 않습니다. 백발의 할아버지께서 이 곳 주인이신 듯.




식초와 밑반찬이 날라져 옵니다. 식초 담은 병이 예쁘네요.






꽤 오래 기다린 후에야 냉면과 수육이 왔습니다. 수육은 한 그릇 당 두 점이라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주시네요.

차림판에도 수육이란 메뉴가 있는데, 점심과 저녁 때 150g 1인분으로 딱 5인분만 한정해서 판매한다고 합니다.

'한정' 이란 한 마디에 먹고 싶다는 맘이 불타올랐지만 이미 시간이 지나 어쩔 수 없었습니다.

냉면 먹기 전에 수육부터 두 점씩 먹습니다. 조금 퍽퍽하지만, 잡내 하나 없이 맛있습니다.

그리고 냉면이 노란 계란지단을 얹은 채로, 참 다소곳하게 올라왔습니다.

유오영님의 수필 '부끄러움'의 한 대목이 떠오릅니다.


14살 소년이었던 필자가 보리베기가 한참인 시절, 먼 친척댁을 찾아가 한 살 아래 수줍은 친척 소녀에게 대접받았던

'정갈하고 깔밋한 밀국수'가 생각나는 냉면 한 그릇.



일단 코를 대고 메밀향을 맡아보려 했는데, 가게 가득 퍼져 있는 돼지고기 굽는 냄새 때문에 쉽게 분별이 되질 않습니다.

'맛은 최고의 냉면, 분위기는 동네 고깃집' 이라더니 새삼 실감이 납니다.

동네 시끄러운 고깃집이 나쁜 건 아니니 일단 맛을 봅니다. 육수부터 후루룩.

오... 시원합니다. 목으로 넘어가는 청량감이 좋습니다. 자극적인 짠 맛이 아닌 살짝 짭조름한 느낌에 이어지는 고소함.









면발이 두툼합니다. 

역시 함흥냉면이나 다른 냉면과는 달리 메밀함유량이 높아서 이로도 가볍게 툭툭 끊어집니다.

한 입 가득 베어물고 우물우물. 담백한 느낌이네요.

분식점 냉면의 잡맛은 물론 없고, 함흥냉면의 쫄깃함도 없지만, 입 안에 가득 차도 담백하기만 합니다.

아무래도 비빔냉면에 기들여진 맛이라, 달고 맵지 않은 함흥냉면이 낯설긴 합니다만.

자꾸 자꾸 입 안으로 들이고 싶은 맛입니다.




먹다 말고 다시 한 컷.

냉면이 생각나면, 다시 와봐야겠습니다.

by 작고슬픈나무 | 2008/06/09 19:17 | 식탐의 자취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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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이상현 at 2008/06/30 10:38
소개하신글이 맛있어서 6/29일 점심에 방이동에 갔습니다.
그러나 명성과 달리 비좁은 매장과 대기공간도 없고 화장실도 달랑 하나라 불편했습니다. 돼지갈비는 신선하나 숯불이 너무 세서 고기가 자꾸타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고 냉면은 불어터지고 텁텁하여 실망만 안고 돌아왔습니다.
Commented by 작고슬픈나무 at 2008/07/07 23:19
이상현님 // 곧바로 답글을 달아드려야 했는데, 제가 사는 일이 워낙 바빠서 이제서야 답글 드립니다.

먼저 냉면 맛에 실망하신 것에 대해서 저 역시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제 글에 쓴 것처럼 시원하고 담백한 맛을 느끼고 왔습니다만. 역시 음식 맛은 사람마다 다 다른 것일 테니 말이지요.

다른 내용에 대해서는, 이모저모로 생각해보다가 내린 결론은 이것입니다.
일단

"'맛은 최고의 냉면, 분위기는 동네 고깃집' 이라더니 새삼 실감이 납니다."

이라고 쓴 것과 같이 저는 그 매장의 넓이라든가 쾌적함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동네 고깃집'이 일반적으로 그렇듯이 우수하지 못한 쪽에 가깝다고 표현했습니다.
돼지갈비는 주문한 적이 없으니 신선함이라든가 숯불의 세기에 대해서도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보잘것 없는 제 블로그의 정보라도 참고하실 분들이 계신다면 이상현님의 댓글로 인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아시게 될 일은 참 감사한 일입니다.

처음엔 무턱대고 '아이고, 죄송합니다' 라고 쓰려 했으나, 제가 처음부터 봉피양의 홍보를 위해서 이 글을 작성한 것도 아니고 보면 굳이 사과할 일은 아니다 싶어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글을 적었습니다.

방문에 감사하여 이상현님의 블로그에도 찾아갔었으나 답글을 달만한 마땅한 글이 없어서 이렇게 제 블로그에만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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